[배다리 아카이브][동네사람 인터뷰] 함께하는 목공 커뮤니티를 꿈꾸는, 목공소꿉 이대원


목공 + 협동조합


Q. 라실장님과 목공소꿉에 대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종종 어쩌다 목수를 하고 있다고 사람들에게 얘기하곤 해요.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좋았다거나 목수에 대한 뜻이 있던 게 아니라 물 흐르듯 살다 보니 지금의 일을 하고 있거든요. 원래는 원목 가구나 특수목을 판매하는 업체에서 일을 하다가 3년 전 배다리에 정착해서 '목공소꿉'이란 목공소를 열었습니다.


Q. 목공소의 주된 업무로는 어떤 게 있나요?

한동안 우드슬랩 작업에 집중하던 때도 있지만 지금은 주문 가구 제작 위주로 작업하고 있죠. 그런데 사실 목공 관련 작업이라면 어떤 일이든 일단 들어오면 다 해보자는 생각으로 일해왔어요. 제가 뭐를 좋아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았던 지라 일단 해보면서 나에게 맞는 걸 찾아보자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일하면서 깨달은 건 저는 의뢰를 해결해 주는 과정에서 느끼는 일종의 성취감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에는 나무로 하는 거의 모든 걸 하고 있다 보시면 됩니다.




Q. 목공소꿉이라는 이름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들었어요.


상당수 주문 제작 업체들이 어려운 외래어를 활용해 브랜드 이름을 만들곤 하는데요. 그게 제 취향에는 썩 맞지 않아서 일단은 한글 이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곳은 목공방이지만, 예전에 마을마다 있던 목공소라는 공간과 그 이름이 좋았어요. 또, 혼자서 모든 일을 하기보다는 협동하고 역할을 나누어 일하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하자고 생각했죠. 그래서 협동조합을 뜻하는 코퍼레이티브(Cooperative)에 크리에이티브를 뜻하는 'C'를 하나 더해서 CCoop(꿉)이란 단어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목공소+꿉'입니다.


Q.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협업을 생각하고 계신지도 궁금해요.

목공은 기본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아요. 필요한 기계들이 많은데, 비싼 건 굉장히 비싸고 부피도 크죠. 그래서인지 보통은 학원을 먼저 다니는데요. 어느 정도 배운 다음 창업을 하려고 해도 현실적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같이 해보자는 거죠. 나눠서 각자 일을 하되 공간과 설비, 홍보, 회계, 배달 등등은 서로 공유하는 거예요. 일종의 목공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에요.


Q. 공간 역시 구상하고 계신 운영 방침과 연결되는 거겠죠?

아무래도 그렇죠. 협동조합이라는 건 사실 형식에 가깝고 결국 핵심은 동료나 회원과 함께 공간을 나눈다는 것이거든요. 1층 작업장을 제외한 2층은 전시 공간이든, 쉼터든 좀 더 개방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언젠가는 목공이나 목재, 건축 관련 서적을 모아 작은 목공 책방도 만들어보고 싶고요. 아무래도 생업을 유지하기도 바쁘다 보니 아직은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지만, 그래도 두 명의 회원들과 작업 공간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고, 언젠가는 머릿속에 있는 구상을 하나하나 현실로 옮겨보고 싶어요.



확고한 이상을 이뤄내는 사람들의 마을


Q. 배다리에 목공소를 마련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목공 특성상 아무래도 먼지도 많이 나고 소음도 어느 정도 있다 보니 원래는 공단 주변에서 일해왔는데요. 공단 지역에는 아무래도 손님 이외에는 방문객도 딱히 없고 적막한 편이죠. 그런데 저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일하는 걸 선호하는 성향이거든요. 그래서 예전부터 인연이 있던 배다리로 오게 되었습니다.


Q. 어떤 인연이 있었나요?

신혼집도 배다리 언저리에 마련했고 그 뒤로 줄곧 동네 주변에 있었죠. 직장도 근처였고요. 아이들도 사실상 마을의 도움을 받아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러다 오래 해오던 일을 그만두고는 한동안 육아에 전념하고 있었는데요. 산업도로 문제로 마을 전체가 시끌시끌해지면서 반대 대책 위원회 총무를 맡기도 했어요. 지금 배다리에 계신 분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저도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과거의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거든요. 또, 전 직장을 퇴사하고 육아를 할 때 아벨서점에서 6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마을의 이모저모를 살피며 꾸준히 들락날락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Q. 산업도로 공사가 끝나고 나면 지상 부지가 다시 주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텐데요.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워낙 큰 공사이기 때문에 요즘의 배다리는 조금 어수선하거든요.

나무도 별로 없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저런 시설물을 많이 만들기보다는 마을 주민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녹지 공원이 생기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요. 특히 이 동네는 마을과 지역을 생각하는 문화기획자들이 많기 때문에 너른 빈 공간이 많은 공원이면 이들이 알아서 재미나게 공간을 채워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Q. 이 외에도 배다리에 꼭 필요한 데 없어서 아쉽다 싶은 것들이 있을까요?

목공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메이커 스페이스가 하나쯤 마련되면 좋겠어요. 배다리에는 가죽이나 철제, 도자기 등을 다루는 공예 작가분들도 많은데, 저 역시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분들과 교류하며 지내고 있거든요. 그런데 조금 더 넓은 공간을 찾고 싶다거나 계약 기간이 끝나서 이사를 고민하는 분들이 배다리에서는 적절한 공간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동네의 물리적인 특성이나 규모로 인해 제한되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제작자들이 배다리를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분명하기 때문에 공공에서 문화 예술의 거리를 모색한다면 창작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괜찮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부터 마련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싶어요.


인터뷰 | 김영진
편집 | 강필호
사진 | 장비치, 김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