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스토리]결과가 아닌 과정을 이야기하는 곳, 핑퐁아트클럽

올해 패치워크의 활동을 계획하면서 'ARTISTIC PROCESS DESIGN'이라는 조금 엉뚱한 이름의 부서(?)를 만들었어요. 막연하게나마 가설이 있었거든요. 그건 바로 '패치워크는 결과보다 과정을 전문적으로 디자인하는 팀이 될 것'이라는 가설이었죠. 지난 몇 년 동안 동인천 배다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만의 생각을 꺼내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를 설계하고 운영해온 경험이 있었기에, 자신도 있었어요. 오랫동안 이 작업을 함께 해왔던 장비치 작가가 패치워크에 정식으로 합류하면서 이 생각을 더욱 구체화 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구는 이제 더 이상
성공적인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반면 더 많은 중재인과 치유사, 복원가, 이야기꾼,
모든 유형의 사랑하는 사람을 절실하게 요구한다.”
『의미의 시대』


마침 발견한 이 문장을 우리의 닻으로 삼기로 했어요. 잘 만든 결과물을 제공하거나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개입과 소통, 매개의 과정을 만들어 보자며 연구와 실험을 거듭해오던 어느날, 경기문화재단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경기도 곳곳의 문화예술인들이 서로 교류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은데 패치워크와 함께 해보고 싶다는 거였어요. 그렇게 핑퐁아트클럽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핑퐁아트클럽은 세 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기획했어요.

①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인이 서로 연결되도록
② 일방적인 지식·정보 전달의 방식이 아닌, 모두가 주체적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수평적 대화가 가능하도록
③ 문화예술인의 창작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발견'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패치워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쉽지 않은 목표이기도 했죠. '패치워크의 공간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작동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조금 떨리기도 했어요. 이 과정을 보다 촘촘하게 디자인하기 위해 패치워크의 행보를 오랫동안 응원하며 꾸준히 참여해주었던 문화예술기획자, 주연님도 팀에 합류해 함께 머리를 맞대며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핑퐁아트클럽은 매달 다른 호스트와 함께, 호스트의 질문을 중심으로 만나는데요. 첫번째 만남은 시각예술가, 우희서 작가님과 함께 했습니다.



핑퐁아트클럽 깃발은 든 우희서 작가님... 너무 귀엽지 않나요! 작가님은 사전 인터뷰 자리에서 "제가 해왔던 일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 고민이에요. 올해는 제 작업을 돌아보는 해로 만들어보려고요."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이 고민을 중심으로 비슷한 고민을 하는 문화예술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눠 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1단계는 동료 모으기! 우희서 작가님의 질문에 공감하는 문화예술인 10명이 모였습니다. 사실 훨씬 많은 분들이 지원해 주셨지만 소규모 모임인만큼, 딱 10분만 모실 수밖에 없었어요. 연극, 시각예술, 문학, 사진,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신기했어요. 



우리가 만난 곳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었어요. MMCA 사진 소장품전을 둘러보며 질문에 대한 힌트를 찾아보기로 했죠. 각자의 시선과 속도로 전시를 관람하고 힌트를 수집할 수 있도록 작은 미션을 제공해 드렸답니다. 질문을 가지고 전시를 본다는 건, 또 다른 기분이더라고요. 



이어서 대화 워크숍이 진행됐어요. 나의 생각을 기록할 수 있는 툴킷을 활용해 대화를 나눴어요. 그리고 이 자리에서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어요. 많은 지원사업들이 '결과'를 전제로 진행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과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말을 듣고,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의미를 정확히 읽어주셔서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했어요. 특정 장르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다양한 연령대의 문화예술인들이 수평적으로 교류할 수 있었다는 점도 많이들 좋아해 주셨고요.


올해의 핑퐁아트클럽은 매달 1회씩, 총 6번이 열려요. 핑퐁아트클럽을 통해, 작게나마 문화예술 생태계에 건강한 파장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남은 5번의 프로그램도 즐겁게 운영해 볼게요! 경기도에 살고 있거나 활동하는 예술인들과 연결되기를 기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