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이번에는 언노운 북 페스티벌의 핵심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이 축제에서 우리가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건 무엇일까요? 각자가 이 축제에서 받은 인상을 공유해 보면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은비 북페어나 행사는 큰 행사장이나 홀을 빌려서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책의 역사가 있는 마을 전체를 오가는 축제이다보니, 그런 맥락에서 스토리텔링이 잘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 축제에서는 진(zine)과 같은 가벼운 방식의 책도 다루고 있잖아요. 그런 걸 통해 "나도 내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꺼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행사인 것 같아요. 진이라는 매체가 됐든, 진짜 시 한 편이 됐든, 나도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공간이 아닌가 싶어요.
진열장처럼 아름답게 세팅된 부스를 보면 저는 소비자 입장으로만 있게 되고 '나도 창작자가 되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은 사실 크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작년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서는 계속해서 복사기로 워크숍을 진행했잖아요. 그런 장면도 보고 창작자들의 창작물도 틀을 깨는 자유로운 것들이 많다 보니 "나도 이런 것부터 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해리 저희가 언노운 북 페스티벌을 기획하면서 했던 고민들을 현장에서 다 느껴주신 것 같아서 너무 좋네요. 작년에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 합류한 우정님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우정님은 언노운 북 페스티벌이 어떤 행사라고 느꼈어요?
우정 저는 언노운 북 페스티벌이 이상해서 좋거든요. 이게 왜 좋은지를 생각해봤을 때,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행사나 커뮤니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커뮤니티의 공통적인 특징은, 물론 배려나 존중의 선 위에 존재하는 것이지만, 자기가 어떤 것을 표현하고 내보내는 데 가이드라인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내가 이런 얘기를 하고 싶으면 이런 얘기를 해도 되고, 제가 저런 것에 취향이 있으면 저걸 그냥 막 드러내도 되는 거죠.
커뮤니티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과 들어올 수 없는 사람이 구분된 행사들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그런 지점에서 좀 이상해도 되고, 이상한 것들을 환영하잖아요. “그거 진짜 이상해, 진짜 웃겨” 하면서요. 작년에 운영하느라 마켓을 많이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부스에서 각자 창작자들이 자기만의 프로그램을 연 것도 되게 좋았어요. 그림으로 회사 부장님을 로켓에 달아 쏘아 올리는 장면을 그려주는 '그림으로 대신 욕해주기' 같은 프로그램이요. 그건 사실 그 작가님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고, 그 작가님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식이니까요. 저는 그런 게 언노운 페스티벌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지점에서 마을의 책방들과 같이 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책이라는 물성을 아주 오랫동안 다뤄온 사장님들, 이 마을의 가치가 같이 있으니까요. 책방 사장님들이 수호신처럼 존재해 주시는 느낌이에요. 완전히 제 감상이긴 한데, 수호신들이 이렇게 있고, 여기서 젊은 애들이 모여서 재미있고 이상한 짓을 하는데 그걸 흐뭇하게 지켜봐 주시는 것 같은, 그런 애정과 따뜻함이 있는 행사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이번에도 잘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우리는 왜 언노운 북 페스티벌을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이런 걸 너무 좋아해서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라고 생각해요. 각자가 만드는 창작물도 다르고, 좋아하는 취향도 다르지만, 그래도 모일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단점이 될 수도 있죠. 명확하게 하나의 키워드로 딱 가져갈 수 없으니까 “그래서 뭐 하는 행사인데?”라는 물음표가 계속 뜰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언노운 북 페스티벌이 더 넓은 창작의 영역을 다룬다는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 같고요.
제가 좋아하는 분야가 시든, 진(zine)이든, 일러스트를 활용한 작업물이든 그냥 다 모아놓고 “넌 시를 좋아하니? 난 진을 좋아하는데, 그럼 시로 진 만들어보자.” 이런 식의 이야기를 건네는 자리인거죠. 그런 자리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특정 장르 안에서 그걸 다루는 방식이 있고, 그렇게 다뤄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잖아요. 어떤 장르든 그런 지점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시를 좋아하는 사람과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과 진을 좋아하는 사람이 한자리에 섞여야만, 교류하면서 나눌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지점에서 의미가 있지 않는 장이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저는 좀 덜 예쁘고, 덜 갖춰졌으면 좋겠어요. 너무 깔끔하게 많은 것들이 정리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제가 독립만화전 '칸새'의 운영 스태프로 함께 했는데요. 운영진 친구가 행사 현장에서 틈틈이 캐릭터 '칸새' 인형을 만들고 있었어요. 사소한 거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끝까지 완성해보려고 하는 게 너무 귀엽고 좋은 거예요. 그게 본질이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가 언노운 북 페스티벌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운영진이 재미를 느껴야 오는 사람들도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는 행사인 것 같아요. 오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하는 사람에게도 방점이 있는 행사라고 생각했어요.
진슬 저는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특이하다'는 게 한 줄 소개이면서 동시에 자랑거리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행사를 다녀온 사람으로서 주변에 “이런 행사가 있어”라고 이야기할 때, 제가 이런 걸 좋아해서일 수도 있지만 “특이해서 좋아”, “이상해서 좋아”라는 말을 가장 대표적으로 하곤 하는데요. 그게 가장 핵심이라고 늘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참여한 행사들 중에서 저를 가장 돌아다니고 싶게 만드는 행사였어요. 어떻게 보면 가장 널리 퍼져 있는 행사이기도 했고요. 그게 저한테는 특이한 인상이었어요. 보통은 공간이 층으로 나뉘어 있거나 근처에 인접해 있는 정도라면, 여기는 아예 다른 개념으로 있잖아요. 그런 환경은 처음이어서 “뭔가 특이한데?” 하면서도 “내가 이래도 되나? 그렇지만 난 저기가 궁금한데”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최근 계속 하게 되는 생각은,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찾아오는 손님이 단순히 좋아해서 구매하러 와주는 소비자의 위치이고, 참여자 역시 특정한 역할로 딱 나뉘는 행사가 아니라는 거예요. 여기는 소비자와 참여자라는 개념이 아니라, 어느 포지션에서든 자기가 방문한 의도나 참여한 의도에 맞게 모두가 주체적이고 주도적인 위치에 있는 되게 특이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수동적인 관계가 전혀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그게 언노운 북 페스티벌의 가장 큰 특이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각자 다른 역할 안에서 주도적인 일이나 주도적인 활동을 스스로 찾아 나서게 하는 게 특징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행사에서도 그게 계속 보이거나 느껴지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나 거기 가서 구경하고 뭐 사고 왔어”가 아니라, “나 거기 가서 주체적으로 뭔가를 찾아다니고, 뭔가를 발견했어”라는 형태가 되면 좋겠어요. 참여하는 사람들도 그냥 앉아서 부스를 지키고 “정신없었어”가 아니라, “나도 주체적으로 뭔가를 했다. 판매를 위한 마켓이라기보다, 이런 활동도 하고 이런 워크숍도 하고 저기 가서 뭐도 했다”는 형태가 될 때 이 축제가 더 의미 있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작년에 참여 창작자들이 돌아가면서 게스트 DJ로 같이 부스를 운영했잖아요. 각자의 개성이나 작업을 알릴 수 있는 재미있는 요소라고 생각했는데요. 올해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서는 참여자를 위한 시간을 더 늘려 나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해리 앞에서 얘기해 주신 것들이 저희가 한 번씩 고민하면서 녹이려고 했던 것들이라 너무 반갑네요. 이제 언노운 북 페스티벌을 가장 오랜 시간 함께 만들어온 영진님과 주희님 얘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두 분은 처음 축제를 만들고 지금까지 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참여한 창작자들에게, 마을 사람들에게, 축제에 오는 분들에게 건네고 싶다고 생각하나요?
영진 저희가 올해 9월에 독일의 인디콘이라는 행사에 참여할 예정인데요. 그 행사를 보면서 영감을 받았던 게 있어요. '책이라는 게 꼭 종이로 발행된 것만이 책이 아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인디콘은 '인디펜던트 퍼블리싱 페스티벌'(Independent Publishing Festival)이라서, '발행'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책이나 진뿐만 아니라 뉴스레터, 웹사이트, 팟캐스트 같은 것까지 넓은 범주에서 다루고 있거든요.
저희도 이와 지향하는 바가 비슷하면서 조금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요.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책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이야기나 사람들, 이 동네가 지나온 시간 같은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잖아요. 두 번의 언노운 북 페스티벌을 하면서 이 동네에 또 새로운 이야기가 많이 쌓였던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창작자나 방문객, 기획하는 사람, 운영하는 사람 모두가 이 축제에서 즐거웠으면 좋겠고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기존에 이 동네를 지키고 있는 분들, 우리가 이 마을을 단순히 대관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니까, 이 마을을 지켜오신 분들이나 이 마을이 존중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이곳에서 일어나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도 다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우정 님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꼭 너무 멋있거나 너무 세련되게 정제되어 있지 않아도, 그 안에서 사람들이 즐겁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사람들은 이걸 좋아해 줄 거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줄여서 말하자면, '책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곳'.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그런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주희 저는 영진님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요. 아, '반대'가 아니라 '다른 생각'이에요. (웃음) 요즘은 북페어가 정말 많기 때문에 사람들은 북페어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갔을 때 어떤 광경이 펼쳐지겠구나' 하는 것이 이미 마음속이나 머릿속에 있어요. 그럼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 와서 할 수 있는 경험은 어떻게 다를까'를 고민해 보면 해리님도 말씀하셨던 거지만 다양한 개인들이 저마다의 공간에서 펼쳐낸 소소한 것들이 떠올라요.
배다리에서 열리는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서는 창작자들이 그냥 테이블에 셀러로만 초대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방문객과 아티스트 사이의 장벽이 조금 없어지는 장이었다고 생각해요. 우리 축제에 왔던 참여자들이 다 되게 멋있는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지만, 배다라는 제 3세계에 왔을 때는 장벽 없이 저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이 열린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작고 소소해도 괜찮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리인 거죠. 창작자도 즐기고 방문객도 같이 즐길 수 있는, 그런 공통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진짜 내향형 인간과는 너무 멀어서, 저는 내향인 중심의 기획은 제 머릿속에서 나올 수가 없긴 하거든요. 그건 내향인 분들이 잘 좀 부탁드리고요. (웃음) 저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는 공통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고, 비어 있는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토크의 장이나 행사 같은 것도 우리가 너무 정밀하게 기획하기보다, 빈 공간을 창작자들이 주체적으로 채울 수 있게 비워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마음이 있는 창작자들을 이곳에 초대하고 싶어요. 빈 곳을 채우고 싶은 욕망이 있는 사람들이요.

해리 그러고 저희가 작년에도 이런 얘기를 나누고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어떤 축제일까'에 대한 기준을 함께 세웠었는데요. 그걸 다시 공유해 볼게요. 첫 번째 원칙은 특정 공간 중심이 아닌 마을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거대한 책 테마파크를 경험하는 것 같은 축제를 만들자'는 거였어요. 자유롭게, 제멋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축제라는 것. 그리고 특정 출판사나 작가 중심의 축제이기보다는 '사람과 책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축제에 가깝다'고 정의했었어요. '책이란 무엇일까'를 함께 탐구하면서 기존의 개념을 깨고 넓히는 실험적인 축제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었고요.
방문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기대하고 재미를 느끼는 경험 요소도 정리했었는데요. 헌책방, 문구, 근대 건축물이 모여 있는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축제를 경험하는 것. 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헌책방 같은 낯선 공간에 들어가 보는 것. 그리고 흔하게 느껴지는 콘텐츠들이 낯설게 엮였을 때 발생하는 흥미로움을 경험하는 것. 단순히 책을 사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생산자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 이런 것들을 저희는 중요하게 생각하며 기획했었어요.

우리만의 특색이 있으면서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었죠. 매년 축제를 소개하는 짧은 글을 쓰는데요. 제 1회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서는 '배다리 헌책방 거리에서 이상하고 엉뚱한 책의 경험을 제안하는 축제가 열린다. 경계를 넘나드는 기획자들이 일을 벌이고 있는데 이곳에 모여 같이 실험해보자'는 느낌으로 시작했었네요. 작년에는 '단순히 책을 사고 읽는 자리가 아니라 훨씬 넓은 의미의 책을 다룬다.'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독립잡지, 아트 프린트, 진, 뉴스레터든 독특한 출판물부터 이야기가 책이 되는 과정, 그리고 이런 모든 것이 책이 된다'는 문장을 썼습니다.
올해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슬로건을 하나 정해보면 어떨까요? 오늘의 이야기를 종합해보자면 “무엇이든 이야기가 될 수 있어” 와 같은 문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해리 이번에는 언노운 북 페스티벌의 핵심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이 축제에서 우리가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건 무엇일까요? 각자가 이 축제에서 받은 인상을 공유해 보면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은비 북페어나 행사는 큰 행사장이나 홀을 빌려서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책의 역사가 있는 마을 전체를 오가는 축제이다보니, 그런 맥락에서 스토리텔링이 잘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 축제에서는 진(zine)과 같은 가벼운 방식의 책도 다루고 있잖아요. 그런 걸 통해 "나도 내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꺼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행사인 것 같아요. 진이라는 매체가 됐든, 진짜 시 한 편이 됐든, 나도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공간이 아닌가 싶어요.
진열장처럼 아름답게 세팅된 부스를 보면 저는 소비자 입장으로만 있게 되고 '나도 창작자가 되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은 사실 크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작년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서는 계속해서 복사기로 워크숍을 진행했잖아요. 그런 장면도 보고 창작자들의 창작물도 틀을 깨는 자유로운 것들이 많다 보니 "나도 이런 것부터 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해리 저희가 언노운 북 페스티벌을 기획하면서 했던 고민들을 현장에서 다 느껴주신 것 같아서 너무 좋네요. 작년에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 합류한 우정님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우정님은 언노운 북 페스티벌이 어떤 행사라고 느꼈어요?
우정 저는 언노운 북 페스티벌이 이상해서 좋거든요. 이게 왜 좋은지를 생각해봤을 때,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행사나 커뮤니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커뮤니티의 공통적인 특징은, 물론 배려나 존중의 선 위에 존재하는 것이지만, 자기가 어떤 것을 표현하고 내보내는 데 가이드라인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내가 이런 얘기를 하고 싶으면 이런 얘기를 해도 되고, 제가 저런 것에 취향이 있으면 저걸 그냥 막 드러내도 되는 거죠.
커뮤니티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과 들어올 수 없는 사람이 구분된 행사들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그런 지점에서 좀 이상해도 되고, 이상한 것들을 환영하잖아요. “그거 진짜 이상해, 진짜 웃겨” 하면서요. 작년에 운영하느라 마켓을 많이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부스에서 각자 창작자들이 자기만의 프로그램을 연 것도 되게 좋았어요. 그림으로 회사 부장님을 로켓에 달아 쏘아 올리는 장면을 그려주는 '그림으로 대신 욕해주기' 같은 프로그램이요. 그건 사실 그 작가님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고, 그 작가님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식이니까요. 저는 그런 게 언노운 페스티벌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지점에서 마을의 책방들과 같이 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책이라는 물성을 아주 오랫동안 다뤄온 사장님들, 이 마을의 가치가 같이 있으니까요. 책방 사장님들이 수호신처럼 존재해 주시는 느낌이에요. 완전히 제 감상이긴 한데, 수호신들이 이렇게 있고, 여기서 젊은 애들이 모여서 재미있고 이상한 짓을 하는데 그걸 흐뭇하게 지켜봐 주시는 것 같은, 그런 애정과 따뜻함이 있는 행사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이번에도 잘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우리는 왜 언노운 북 페스티벌을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이런 걸 너무 좋아해서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라고 생각해요. 각자가 만드는 창작물도 다르고, 좋아하는 취향도 다르지만, 그래도 모일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단점이 될 수도 있죠. 명확하게 하나의 키워드로 딱 가져갈 수 없으니까 “그래서 뭐 하는 행사인데?”라는 물음표가 계속 뜰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언노운 북 페스티벌이 더 넓은 창작의 영역을 다룬다는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 같고요.
제가 좋아하는 분야가 시든, 진(zine)이든, 일러스트를 활용한 작업물이든 그냥 다 모아놓고 “넌 시를 좋아하니? 난 진을 좋아하는데, 그럼 시로 진 만들어보자.” 이런 식의 이야기를 건네는 자리인거죠. 그런 자리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특정 장르 안에서 그걸 다루는 방식이 있고, 그렇게 다뤄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잖아요. 어떤 장르든 그런 지점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시를 좋아하는 사람과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과 진을 좋아하는 사람이 한자리에 섞여야만, 교류하면서 나눌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지점에서 의미가 있지 않는 장이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저는 좀 덜 예쁘고, 덜 갖춰졌으면 좋겠어요. 너무 깔끔하게 많은 것들이 정리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제가 독립만화전 '칸새'의 운영 스태프로 함께 했는데요. 운영진 친구가 행사 현장에서 틈틈이 캐릭터 '칸새' 인형을 만들고 있었어요. 사소한 거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끝까지 완성해보려고 하는 게 너무 귀엽고 좋은 거예요. 그게 본질이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가 언노운 북 페스티벌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운영진이 재미를 느껴야 오는 사람들도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는 행사인 것 같아요. 오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하는 사람에게도 방점이 있는 행사라고 생각했어요.
진슬 저는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특이하다'는 게 한 줄 소개이면서 동시에 자랑거리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행사를 다녀온 사람으로서 주변에 “이런 행사가 있어”라고 이야기할 때, 제가 이런 걸 좋아해서일 수도 있지만 “특이해서 좋아”, “이상해서 좋아”라는 말을 가장 대표적으로 하곤 하는데요. 그게 가장 핵심이라고 늘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참여한 행사들 중에서 저를 가장 돌아다니고 싶게 만드는 행사였어요. 어떻게 보면 가장 널리 퍼져 있는 행사이기도 했고요. 그게 저한테는 특이한 인상이었어요. 보통은 공간이 층으로 나뉘어 있거나 근처에 인접해 있는 정도라면, 여기는 아예 다른 개념으로 있잖아요. 그런 환경은 처음이어서 “뭔가 특이한데?” 하면서도 “내가 이래도 되나? 그렇지만 난 저기가 궁금한데”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최근 계속 하게 되는 생각은,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찾아오는 손님이 단순히 좋아해서 구매하러 와주는 소비자의 위치이고, 참여자 역시 특정한 역할로 딱 나뉘는 행사가 아니라는 거예요. 여기는 소비자와 참여자라는 개념이 아니라, 어느 포지션에서든 자기가 방문한 의도나 참여한 의도에 맞게 모두가 주체적이고 주도적인 위치에 있는 되게 특이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수동적인 관계가 전혀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그게 언노운 북 페스티벌의 가장 큰 특이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각자 다른 역할 안에서 주도적인 일이나 주도적인 활동을 스스로 찾아 나서게 하는 게 특징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행사에서도 그게 계속 보이거나 느껴지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나 거기 가서 구경하고 뭐 사고 왔어”가 아니라, “나 거기 가서 주체적으로 뭔가를 찾아다니고, 뭔가를 발견했어”라는 형태가 되면 좋겠어요. 참여하는 사람들도 그냥 앉아서 부스를 지키고 “정신없었어”가 아니라, “나도 주체적으로 뭔가를 했다. 판매를 위한 마켓이라기보다, 이런 활동도 하고 이런 워크숍도 하고 저기 가서 뭐도 했다”는 형태가 될 때 이 축제가 더 의미 있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작년에 참여 창작자들이 돌아가면서 게스트 DJ로 같이 부스를 운영했잖아요. 각자의 개성이나 작업을 알릴 수 있는 재미있는 요소라고 생각했는데요. 올해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서는 참여자를 위한 시간을 더 늘려 나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해리 앞에서 얘기해 주신 것들이 저희가 한 번씩 고민하면서 녹이려고 했던 것들이라 너무 반갑네요. 이제 언노운 북 페스티벌을 가장 오랜 시간 함께 만들어온 영진님과 주희님 얘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두 분은 처음 축제를 만들고 지금까지 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참여한 창작자들에게, 마을 사람들에게, 축제에 오는 분들에게 건네고 싶다고 생각하나요?
영진 저희가 올해 9월에 독일의 인디콘이라는 행사에 참여할 예정인데요. 그 행사를 보면서 영감을 받았던 게 있어요. '책이라는 게 꼭 종이로 발행된 것만이 책이 아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인디콘은 '인디펜던트 퍼블리싱 페스티벌'(Independent Publishing Festival)이라서, '발행'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책이나 진뿐만 아니라 뉴스레터, 웹사이트, 팟캐스트 같은 것까지 넓은 범주에서 다루고 있거든요.
저희도 이와 지향하는 바가 비슷하면서 조금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요.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책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이야기나 사람들, 이 동네가 지나온 시간 같은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잖아요. 두 번의 언노운 북 페스티벌을 하면서 이 동네에 또 새로운 이야기가 많이 쌓였던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창작자나 방문객, 기획하는 사람, 운영하는 사람 모두가 이 축제에서 즐거웠으면 좋겠고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기존에 이 동네를 지키고 있는 분들, 우리가 이 마을을 단순히 대관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니까, 이 마을을 지켜오신 분들이나 이 마을이 존중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이곳에서 일어나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도 다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우정 님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꼭 너무 멋있거나 너무 세련되게 정제되어 있지 않아도, 그 안에서 사람들이 즐겁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사람들은 이걸 좋아해 줄 거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줄여서 말하자면, '책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곳'.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그런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주희 저는 영진님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요. 아, '반대'가 아니라 '다른 생각'이에요. (웃음) 요즘은 북페어가 정말 많기 때문에 사람들은 북페어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갔을 때 어떤 광경이 펼쳐지겠구나' 하는 것이 이미 마음속이나 머릿속에 있어요. 그럼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 와서 할 수 있는 경험은 어떻게 다를까'를 고민해 보면 해리님도 말씀하셨던 거지만 다양한 개인들이 저마다의 공간에서 펼쳐낸 소소한 것들이 떠올라요.
배다리에서 열리는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서는 창작자들이 그냥 테이블에 셀러로만 초대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방문객과 아티스트 사이의 장벽이 조금 없어지는 장이었다고 생각해요. 우리 축제에 왔던 참여자들이 다 되게 멋있는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지만, 배다라는 제 3세계에 왔을 때는 장벽 없이 저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이 열린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작고 소소해도 괜찮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리인 거죠. 창작자도 즐기고 방문객도 같이 즐길 수 있는, 그런 공통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진짜 내향형 인간과는 너무 멀어서, 저는 내향인 중심의 기획은 제 머릿속에서 나올 수가 없긴 하거든요. 그건 내향인 분들이 잘 좀 부탁드리고요. (웃음) 저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는 공통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고, 비어 있는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토크의 장이나 행사 같은 것도 우리가 너무 정밀하게 기획하기보다, 빈 공간을 창작자들이 주체적으로 채울 수 있게 비워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마음이 있는 창작자들을 이곳에 초대하고 싶어요. 빈 곳을 채우고 싶은 욕망이 있는 사람들이요.
해리 그러고 저희가 작년에도 이런 얘기를 나누고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어떤 축제일까'에 대한 기준을 함께 세웠었는데요. 그걸 다시 공유해 볼게요. 첫 번째 원칙은 특정 공간 중심이 아닌 마을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거대한 책 테마파크를 경험하는 것 같은 축제를 만들자'는 거였어요. 자유롭게, 제멋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축제라는 것. 그리고 특정 출판사나 작가 중심의 축제이기보다는 '사람과 책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축제에 가깝다'고 정의했었어요. '책이란 무엇일까'를 함께 탐구하면서 기존의 개념을 깨고 넓히는 실험적인 축제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었고요.
방문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기대하고 재미를 느끼는 경험 요소도 정리했었는데요. 헌책방, 문구, 근대 건축물이 모여 있는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축제를 경험하는 것. 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헌책방 같은 낯선 공간에 들어가 보는 것. 그리고 흔하게 느껴지는 콘텐츠들이 낯설게 엮였을 때 발생하는 흥미로움을 경험하는 것. 단순히 책을 사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생산자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 이런 것들을 저희는 중요하게 생각하며 기획했었어요.
우리만의 특색이 있으면서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었죠. 매년 축제를 소개하는 짧은 글을 쓰는데요. 제 1회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서는 '배다리 헌책방 거리에서 이상하고 엉뚱한 책의 경험을 제안하는 축제가 열린다. 경계를 넘나드는 기획자들이 일을 벌이고 있는데 이곳에 모여 같이 실험해보자'는 느낌으로 시작했었네요. 작년에는 '단순히 책을 사고 읽는 자리가 아니라 훨씬 넓은 의미의 책을 다룬다.'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독립잡지, 아트 프린트, 진, 뉴스레터든 독특한 출판물부터 이야기가 책이 되는 과정, 그리고 이런 모든 것이 책이 된다'는 문장을 썼습니다.
올해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슬로건을 하나 정해보면 어떨까요? 오늘의 이야기를 종합해보자면 “무엇이든 이야기가 될 수 있어” 와 같은 문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