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 과정]기획단 회의록 ①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어떤 축제일까?

2026-08-03

해리 올해 축제를 기획하기에 앞서 각자 언노운 북 페스티벌이 어떤 축제라고 느끼는지 이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주희 작년에 제 2회 언노운 북 페스티벌을 하고 나서 느낀 게 있어요. 언노운 북 페스티벌이 끝난 뒤 축제에서 만난 작가님들의 개인전을 보러 가기도 하고, 다른 북페어에서 셀러로 만나기도 하면서 알게 된 게 있는데요. 저희도 모르는 사이에 참여했던 창작자들끼리 서로 많이 연결되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는 게 되게 뿌듯했어요.

그리고 저희가 외국에 가서 언노운 북 페스티벌을 소개할 일도 있었는데요. 한국에도 이미 다양한 북페어가 열리고 있다보니 외국의 창작자들이 "이건 어떤 행사야?"라고 물어보거든요. 그럴 때 제가 어떤 말로 언노운 북 페스티벌을 소개하는지 보니까 배다리라는 특별한 동네, 헌책방 거리에서 한다는 사실 자체를 먼저 이야기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저희가 해왔던 이상한 프로그램들을 이야기하고요. 대만과 제주 등 다른 지역의 창작자들과 함께 만든 엉뚱한 기획들이요. 

언노운 북 페스티벌만이 가진 차별점을 빠르게 정리해서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언노운 북 페스티벌이라는 장이 열리는 순간 '제 3의 세계'가 열리는 것 같아요. 제 3의 세계이기 때문에 사람들 역시 마음이 더 편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그러면서 서로 연결되고, 창작자들의 커뮤니티가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배다리라는 제 3세계에서만 가능한 연결의 장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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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노운 북 페스티벌의 가장 큰 강점은 배다리라는 동네와 잘 맞는 사람들이 초대되고, 그 안에서 서로 연결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제주도에서도 오고, 영국에서도 오고, 창원이나 대전에서도 왔잖아요. 저희 행사 규모가 엄청 큰 것도 아니었는데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는 게 신기해요. 제 3세계를 찾아오는 이상한 영혼들이 있는 것 같아요. 

언노운 북 페스티벌의 인스타그램이나 사진을 보여주면 결국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은 마을의 모습이더라구요. 50년 된 헌책방에서 아티스트가 몸으로 바닥을 쓸고 물감을 칠하는 모습이라든지, 사람들이 책방에 드러누워 사운드 배스를 하고 있는 이상한 장면들이요. (웃음) 이상한 배다리의 세계로 초대된 사람들의 연결. 그게 가장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올해는 작년보다 한 발자국 나아가서 교류와 연결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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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 저희가 처음 ‘이상하고 엉뚱한 책의 경험’이라는 주제로 축제를 만들 때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인데요. 회차를 거듭하면서 생각해 보니, 배다리라는 지역과 지역의 구성원들을 존중하면서 이들과 함께 무엇을 만드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고 엉뚱한 일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희가 늘 경계하려고 하는 것이 있잖아요. 지역과 지역의 구성원들을 대상화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요. 그런데 우리와 함께한 창작자들이 지역을 존중하고, 자신의 것을 하더라도 지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축제를 함께 만들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되게 따뜻하고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저희가 농담처럼 '친절한 미친놈들을 찾자'라고 말하는 것도 그런 맥락인 것 같아요. 오래된 책방이나 옛것을 배경으로 두고 그 앞에서 폼을 잡는다고 멋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 안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어떤 분이 이 공간을 어떻게 이끌어왔는지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함께 만들었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해외 창작자나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초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럴수록 오히려 우리가 지역과 더 밀접하게 기획해야 취지에 어긋나지 않고 사람들이 보기에도 더 재미있는 기획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명한 사람을 불러온다고 이 축제가 특별해질 것 같지는 않아요. 지금까지처럼 우리가 가진 자산을 계속 잘 보여주는 방향, 헌책방과 마을의 공간들, 사람들을 잘 보여주는 방향으로 기획하고 싶어요. 외국 친구들에게 언노운 북 페스티벌을 소개할 때도 이 동네 자체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배다리라는 동네에 가보고 싶다”고 해요. 헌책방이 있는 동네를 찾아보다가 배다리를 알아봤던 친구도 해외에서 만난 적이 있거든요. 실제로 가보지는 못했지만 배다리를 알고 있더라고요. 우리에게는 가까이에서 오래 지켜본 익숙한 장소라 당연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외부 사람들에게는 '어떤 창작자가 이곳에 오느냐'보다 이 동네 자체가 가장 큰 자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해리 저도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처음 기획했던 때가 생각나요. 언노운 북 페스티벌을 처음 만들 때는 그냥 “북 페스티벌을 해보면 재미있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고 보니 이 지역을 지켜온 책방들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축제더라고요. 그걸 뒤늦게 깨닫고 왜 이곳이 헌책방 거리가 되었는지 역사를 공부하기도 하고, 책방들과 관계를 맺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기획하려 했던 게 떠올라요. 실제로 축제에 놀러 오거나 초대되어 오는 분들도 그 관계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멋있고 화려한 무언가를 새로 기획해서가 아니라, 결국 우리가 몇 년 동안 쌓아온 관계와 서로에 대한 존중, 애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것이 이상하고 엉뚱하게 느껴져서 그 지점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진슬 저는 처음부터 이 페스티벌에서 동네가 진짜 핵심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북페어가 굉장히 많이 생기고 있고 그런 행사들과 ‘책’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조금 다른 성격이라고 생각해요. 키워드나 지향점이 달라서라기보다 애초에 장소 자체가 이미 특별하다고 해야 할까요. 일반적인 북페어는 대체로 어떤 공간을 대관하고, 그 공간에 맞춰 행사를 꾸리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장소 자체가 독특하다는 게 굉장히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왔을 때는 그 매력을 바로 인지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어요. 자세히 돌아다녀봐야 “이 동네가 되게 매력적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는 곳이더라고요. 저도 전시를 준비하면서 몇 번 와보고 그걸 느꼈어요. 친구를 데리고 함께 답사했을 때 그 친구도 똑같이 이야기했어요. 그냥 동네를 다니면 지나칠 수 있을 것 같다고요. 그런데 제가 한두 번 와봤다고 “여기에는 뭐가 있고, 저기에는 뭐가 있다. 이 동네 되게 재미있는 동네다” 하면서 제가 아는 범위에서 소개해 주니까 재미를 느끼더라고요.

이 동네는 설명을 듣거나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는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축제를 하네” 하고 사람들을 오게 하는 것보다, 왔을 때 동네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간이 여러 곳에 펼쳐져 있는 만큼 투어나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공간을 경험하게 하고, 한 번 왔을 때보다 두 번째, 세 번째 왔을 때 더 깊게 알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도 동네에 대한 설명과 “여기에는 이런 재미있는 것이 있다”라는 정보를 입력해줘야 더 깊이 알게 되는 행사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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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가 기획단에 들어오기 전에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는 장소도 특이하지만, 이걸 만드는 기획단도 특이하다고 생각했어요. 이걸 만드는 사람들도 특이하기 때문에, 특이한 장소에서 특이한 것들을 할 때 시너지가 나오는 것 같았어요. 각자 굉장히 폭넓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점이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자연스럽게 이 동네를 넘어 외국과도 연결되고요.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본의 아니게 계속 연결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인 것 같다고 느껴요.

올해는 멤버들이 외국과 더 많이 연결되었잖아요. 저도 이번에 가오슝에 갔는데 아무런 정보 없이 갔다가 배다리와 너무 비슷해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분들이 저를 초대한 건물도, 가오슝에서 태어나고 살았지만 그동안 모르고 지나치던 공간을 발견한 뒤 이곳을 알리고 싶어서 리모델링한 곳이었어요. 1, 2층은 카페로 운영하고 위층에서는 숙박을 운영하고 있었어요. 이야기가 너무 비슷해서 언노운 북 페스티벌 플라이어를 드리면서 “우리와 너무 비슷한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협업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고 설명했어요. 그런 식의 연결이 계속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오슝에서도 많이 했어요. 거기에서 그냥 즐기는 것보다 빨리 우리 것을 홍보하고, 빨리 무언가를 연결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진짜 ‘연결’이라는 단어를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서 많이 느꼈어요. 다른 행사와 달리 여기서는 각자가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 알게 모르게 굉장히 많이 생겼거든요. 제가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다 같이 모여서 회고파티를 하던 장면이에요. 마을의 어르신들까지 다 모였잖아요. 저는 그 장면이 제일 충격적이었어요. 잔상이 깊게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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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축제의 특별한 점은 나이대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거예요. 일반적인 페어에는 젊은 사람이나 트렌드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여기에는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오랫동안 이 동네를 지키고 있는 나이 많은 분들도 함께 계세요. 저는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신기했어요. 이런 분들과 함께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 기획단을 굉장히 경이롭게 봤어요.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연결을 만드는 것 자체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이렇게 사람들과 잘 어우러질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이 사람들이 연결을 만드는 진짜 힘인 것 같았어요.

작년에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는 제가 자꾸 부스를 비우고 돌아다녔잖아요. (웃음) 그만큼 동네를 돌아다니고 싶게 만드는 요소들이 저와 정말 잘 맞았어요. 창작자들이 함께 하는 DJ 부스도 그랬고, 다른 워크숍들도 굉장히 특이하다고 생각했어요.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로 많이 진행되었잖아요. 그런 부분이 더 잘 전달되면 사람들이 “이런 것도 있어?”라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결국 일시적인 이벤트를 만드는 것보다 로컬과 연결된다는 것이 더 큰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축제를 통해 동네를 서로 연결해 놓는다는 느낌이 훨씬 강해요. 그런 부분이 더 부각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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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저도 매년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안 보이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한 발짝 떨어진 시선에서 이야기해 주시니까 “그게 특이한 부분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도 매년 지역과의 관계가 진화하고 있잖아요. 1회 때는 “같이 할 수 있을까?” 하면서 시작했다면, 매년 지역과의 신뢰와 관계가 쌓이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지역분들과 작은 실험을 계속해보고, 헌책방 레지던시 같은 프로그램도 시도하면서 관계가 변화해 왔어요. 올해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것을 놓고 마을분들과 같이 회의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은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어떤 축제이고 무엇이 독특한지 생각해 봤어요. 제가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간 공공기관에서 도시재생에 대해 이야기할 때 ‘올드 앤 뉴(Old&New)’라는 표현을 굉장히 많이 쓰잖아요. 그런데 저는 언노운 북 페스티벌이 '진정한 올드 앤 뉴(Old&New)다'라는 생각이 일차적으로 들었어요.

저는 영화제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가 출품되지 않거나, 좋아하는 감독이나 보고 싶은 영화가 없더라도 영화제가 열리면 그 영화제를 보기 위해 여행을 가요. 무주, 부산, 전주 같은 곳을 다니는데, 언노운 북 페스티벌도 그럴 수 있는 축제라고 생각해요. 북페어를 보러 갔다가 여행까지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북페어는 책을 사거나 작가를 만나기 위해 가는 경우가 많고, 구매자가 어떤 경험을 쌓기 위해 간다기보다 구매를 위해 가는 행사에 가까운 것 같거든요.

그런데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지역과 연결되어 있고, 참여자들의 부스를 보는 것 외에도 굉장히 많은 프로그램이 있잖아요. “가는 김에 이것도 봐야지”가 가능한 축제라고 생각해요. 헌책방과 배다리뿐 아니라 개항로, 개항장, 차이나타운 같은 곳까지 묶어서 볼 수 있잖아요. 인천 원도심을 구석구석 볼 수 있다 보니, 그런 매력 때문에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 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북페어만 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특이한 작가가 있고 특이한 워크숍을 한다고 해도 인천까지 오는 것이 쉽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배다리와 원도심이 가진 자원들을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서 잘 활용하고 함께 이야기하다 보니, “나 여기 가보고 싶었는데, 가보는 김에 이 축제에도 가볼까?”가 가능한 축제가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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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언노운 북 페스티벌을 하면서 특이한 경험을 했어요. 전혀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갔는데, 어떤 분이 저를 빤히 보면서 어디서 본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서 제가 만든 진을 봤다는 거예요. “혹시 그거 만드신 분 아니세요?”라고 물어봐서 저도 너무 깜짝 놀랐어요. 그분과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기도 했고요. 최근에는 어느 서점에 갔는데 사장님이 저를 계속 쳐다보시더라고요. 저도 그분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서 서로 만난 사이였어요. 그런 식으로 알게 모르게 평소에는 전혀 연결되지 않았을 사람들과 연결되고, 경험이 확장되는 것이 되게 좋아요.

해리님이 계속 “경험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시잖아요. 저도 영화제를 좋아하고 영화제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경험을 디자인하는 축제는 사실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특히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민간에서 만들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보통 기관에서는 축제 동선을 어떻게 짤지,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부스를 많이 방문할지를 고민하면서 최적의 코스를 만들어요. 그런데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을 주고 싶은지를 중심으로 경험을 디자인하면서 북페어나 축제를 기획하는 경우는 굉장히 흔치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이 언노운 북 페스티벌을 더 빛나게 하고, 사람들이 멀더라도 이 마을과 축제를 함께 경험하기 위해 여기까지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해리 모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올해의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 대한 윤곽이 조금씩 잡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야기해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