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아카이브][동네사람 인터뷰] 실험적인 창작을 지향하는 공간운솔 운영자·미술작가 오휘빈



작가 오휘빈, 대표 오휘빈


Q. 휘빈님의 배다리 생활도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벌써 그렇게 됐네요. 저는 '공간운솔'을 고민수 작가와 함께 운영하고 있고요. 공간을 운영하다 보니 학교를 조금 늦게 졸업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작가로서의 활동은 잠시 접어두고 공간 운영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Q. 공간운솔을 마련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실험적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갈망이 있어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렇다 보니 정제된 느낌보다는 러프하고 편하게 쓸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되었죠. 처음에는 작가님들이 마음껏 실험해 볼 수 있고 완성된 작품을 내놓기 전에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자 했는데 1년 차, 2년 차 운영을 지속하다 보니 실험적인 컨셉은 유지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들더라고요.





Q. 처음에는 그야말로 온갖 전시를 선보였다고 들었어요.

처음 1년 정도는 운솔이 어떤 공간인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아무도 모르시다 보니까 저희가 기획한 전시를 여럿 진행했죠. 주변 작가님들과 함께 개관전을 열었고, 또 참여 요소가 있는 전시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파워레인져에서 착안한 '롤링 발칸'이란 이름으 로 전시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이런저런 전시를 하다 보니 나름대로 운솔의 컨셉이 잡혔고요.

한번은 저희가 눈여겨 보고 있던 한 회화 작가님께서 우연한 계 기로 저희 공간에서 전시하게 되었는데요. 언제나 예쁜 그림 작업을 하시던 분이 저희 공간에 오니까 신기하게도 설치 작업을 하시더라고요. 캔버스를 깔때기처럼 세우기도 하고, 구멍에 작은 캔버스를 넣어 무언가를 걸기도 하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무엇이든 자유롭게 해볼 수 있는 그런 이미지가 잘 전달되었나보다 안도감을 느끼면서, 이런 방향으로 꾸준히 공간을 운영해 나가보겠다 결심할 수 있게 되 었던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발전에 대한 고민은 어떤 부분에서 생겨났나요?

신진 작가님들이나 비교적 젊은 작가님들이 다양한 창작 활동을 고민 없이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작가적인 관점보다는 공간 운영의 관점으로 운솔을 바라볼 수밖에 없더라고요. 이를테면 처음에는 작가로서 내가 원하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는 작가님들이 공간에 바라는 바나 공간이 어떤 성격으로 자리 잡아야 할지 그 정체성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하기 시작했던 거죠.

나아가서는 전문성에 대한 고민도 많았어요. 실험적인 창작을 지향한다고 해서 공간 운영도 실험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그리고 저희보다 경력이 두터운 작가님들과 협업하다 보니 예술인으로서 저 자신의 전문성에 대한 고민이나 아쉬움을 느끼기도 하고요. 그래서 항상 공부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Q. 운솔이란 공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책임감이네요.

네. 그러면서 국내, 해외 여러 예술 공간과도 교류하면서 함께 연계 할 수 있는 커뮤니티도 중요하겠다 생각하고 있고요. 임대 공간이다 보니 언젠가는 비워야 하는 순간이 오게 될 수 있고, 마을이 어떻게 변해갈지도 모르니 무엇이든 준비되어 있어야겠다 싶은 마음이에요. 그전까지는 운솔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뚜렷하게 해내고 싶고요.


Q. 공간운솔을 '예술실험센터'로 소개해 주셨던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관련해서 시드 팩토리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 실 수 있을까요?

'시드 팩토리'란 민수 작가님이 제안한 개념인데 운솔을 정의하는 일종의 표현이죠. 일단 운솔은 화이트 큐브 갤러리에서 느낀 제약과 그런 포맷의 공간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자유롭게 해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공간이라는 점이 중요한데요. 물론 화이트 큐브는 다양한 미술 창작을 담아내기 좋은 공간이지만, 타공을 하거나 와이어를 설치하는 등의 작업을 일부 선호하지 않는 공간들도 분명히 존재해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상상과 창작에 이런저런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운솔을 만들면서 타공이나 설치가 자유로운, 그런 막 쓰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어요. 당연하게도 작가님들께서 먼저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간을 아껴 활용하시긴 하지만요.

'예술실험센터'란 표현에는 전시장이지만 무엇이든 실험할 수 있는 실험실 같은 성격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고요. '시드 팩토리'란 단어에는 이제 막 무언가를 시작하거나 실험적인에 도전하는 작가님들이 씨앗을 키우고 나아가 꽃을 피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Q. 작가로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해요.

저는 주로 설치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제가 교류하고 좋아하는 작가님들을 보면 특정 주제나 스토리라인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작업 활동을 이어나가지만, 저는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한동안은 즉흥적인 영감을 바탕으로 작업하기보다는 내 작업에 대한 연구부터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이어나갔고요. 그러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야외 전시를 준비하면서 개인적인 작업을 돌이켜보니 신기하게도 하나의 얘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예술도 하나의 학문이잖아요.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자연물로서 자연스럽다는 범주 안에 들어가 있다는 생각, 그리고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온 것 같아요. 공간운솔을 운영하면서는 신나서 몰입하다가 전시를 함께 기획하고 설치하다 보니 작가로서의 작업에 대한 욕심이 서서히 커지는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는 민수 작가님과 저 모두 작가로서의 활동을 재개할 예정입니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Q. 배다리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해볼게요. 휘빈님이 운솔에서 전시를 하는 아티스트분들에게 배다리를 소개하는 일이 많다고 들었어요. 배다 리를 어떻게 소개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작가님들과 전시를 준비하면서 소통할 때 일단 어느 동네인지 먼저 설명해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제가 처음부터 인천을 잘 알고 있던 건 아니었고요. 사실 인천이 굉장히 넓잖아요? 그걸 몰라서 생긴 웃픈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운솔 운영 초기에 화분으로 작업할 일이 있어 인천 곳곳에서 당근마켓으로 화분을 모으기 시작했는데요. 제가 인천 지리에 대한 개념이 없다 보니 동선을 정말 막 잡은 거예요. 그래서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1시간 걸려 이동하고 고생했거든요.


Q. 정말 진땀을 쏙 빼셨겠어요.

그래도 분명하게 배운 점도 있어요. 인천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점, 그리고 지역마다 색깔이 정말 다르다는 점이었어요. 미디어에는 송도나 부평, 구월동이 많이 노출되지만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동네가 존재하고요. 그래서 저는 배다리를 소개할 때 <동물의 숲> 같다고 말씀드리곤 해요. 동구 자체는 크지만, 배다리는 삼각형 형태의 작은 동네고, 어딜 가든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그런 동네니까요. 서로 안부를 묻고 과자를 내어주기도 하는 그런 정감 있는 모습이 마치 <동물의 숲> 게임 속 그 느낌인 거죠.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 더 익숙한 단어로 배다리를 '인천의 을지로'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을지로 역시 배다리와 마찬가지로 굉장한 밀도로 역사가 축적된 곳이고, 한 자리에서 지역을 오랫동안 지켜오신 분들이 많은 곳이잖아요. 지역에 있으면 정말 신기한 것들을 많이 보게 된다는 공통점도 있고요. 책방에서 그렇듯 보석 같은 무언가를 찾을 수 있는 동네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월세가 조금은 저렴하기도 하니 작업실 구하기 좋다는 말씀도 드리고요. 그래서 을지로를 생각하시면 된다 작가님들께 그렇게 말씀드리곤 하죠.


Q. 그렇다면 휘빈님에게 배다리는 어떤 의미일까요? 배다리에서 지켜졌으면 하는 것과 앞으로 생겼으면 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요.

앞서 언급한 대로 정감 가는 동네이면서 동시에 항상 신기한 동네이기도 해요. 마냥 옹기종기 함께 모여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동네니까요. 사실 어디를 가나 읽을 수 있는 게 책이지만, 배다리에 모여 있는 책방이나 책방에 있는 책들은 어딘가 특별해 보이죠. 저희도 어느덧 4년 동안 동네에서 지내다 보니 듣게 되는 이런저런 신기한 이야기들도 있고요. 배다리에 계신 분들도 다들 특별하거나 독특한 부분이 있는데, 그래서 아직도 배다리에 대해서 나름대로 연구하는 부분도 있고 이런저런 생각을 곱씹어보기도 해요.

처음에는 정체성이 굉장히 강한 동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요. 오랜 기간 지역에 머물면서 그런 정체성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것인지에 대한 맥락을 알게되다 보니 서점이나 책방, 예술 공간들이 보이게 되고, 그곳을 운영해 오신 분들이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단순히 세월의 흐름에 따라 축적된 것들을 그대로 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배다리에 계신 분들은 그걸 기반으로 발전할 수 있게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는 분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바로 그분들이 배다리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만들어오신 거고요. 그래서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고 있어요.


Q. 공간을 운영하면서 산책을 많이 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배다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떤 곳일까요?

지금은 산업도로 공사로 없어지긴 했는데, 원래 그 자리에 큰 공원이 있었잖아요. 정자가 있고, 해바라기가 피어 있는 곳이었는데 그 곳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또, 도원역 가는 길에 벚꽃이 핀 모습도 굉장히 좋아하고요. 길을 가다 보면 사자가 아이와 함께 뛰고 있는 모습을 그린 벽화가 있는데요. 사자 눈이 사람 눈을 닮기도 했고, 강아 지가 눈치를 보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해서 보고 있으면 괜시리 기분이 좋아져요.

그리고 '이모네주먹밥'도 빼놓을 수 없죠. 사장님이 워낙 살가운 분이시기도 하지만, 창영초등학교 학생들에게는 정말 각별한 의미가 있는 가게라고 생각해요. 한번은 전학 간 친구가 이모님 보고 싶어 찾아왔다고 얘기하는 장면을 보기도 했고요. 오직 아이들을 위해서만 마련해 둔 쿠폰, 그리고 제 집처럼 드나드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 공간의 의미를 엿볼 수 있어요. 아무래도 어린이들을 양육하기 좋은 동네가 가장 좋은 동네라는 생각도 있고, 동네의 미래는 결국 아이들이라고 생각해서 더더욱 각별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인터뷰 | 김영진
편집 | 강필호
사진 | 장비치